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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기획기사 23년 1월 31일자

서울 강서구 이음숲교회(손성찬 목사)는 남다른 게 있다. 여성 성도들이 많은 대부분 교회와 달리 남성이 많다. 50여명의 출석 성도는 대부분 MZ세대이며 이중 절반 이상은 ‘교회오빠’다. 어떤 점이 MZ세대를 교회로 이끌었을까.

성도들 부담 줄이는 단순한 사역

지난 8일 방문한 교회 주일예배 시간에 손성찬(41) 목사는 직접 기타를 들고 찬양을 인도했다. 찬양팀 멤버들도 카혼·베이스·전자피아노로 연주했다. 화려한 세션은 아니지만, 이들의 찬양에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그 사이 예배당을 채운 50여명 성도들도 마음을 다해 찬양했다.

손 목사는 누가복음 19장을 본문으로 ‘청지기의 수입’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손 목사는 “주인을 보고 성실하게 일한 청지기처럼 우리도 하나님이 맡겨주신 현장에서 신실하게 살아야 한다. 그곳에서 하나님 나라가 임한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설교 후엔 메시지에 대해 묵상한 내용을 적는 시간이 이어졌다. 성도들은 5분간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씀을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했다.

한 시간에 가까운 예배가 끝난 뒤 양육을 받아야 하는 새신자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성도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일 풍경이다.

2018년 교회를 개척한 손 목사는 처음부터 심플한 사역을 추구했다. 손 목사는 “기존 교회의 구조 가운데 어떤 것들은 계승해야 하지만 굳이 계승 안 해도 되는 것들도 있다”며 “예배와 사역은 성도들이 이를 감당할 수준과 필요에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탁 교제뿐 아니라 찬양팀·방송팀 등의 봉사도 격주로 진행한다.

끈끈한 일대일 양육과 소그룹 모임

교회가 느슨한 관계의 공동체로 보일 수 있지만, 일대일 양육과 소그룹 모임에서는 깊은 교제와 나눔이 이뤄진다. 손 목사는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우기 위해 일대일 양육에 직접 나서며 공을 들인다. 교회에 처음 온 초신자는 4주 기간인 기존 성도와 달리 6주간 일대일 양육인 ‘풍성한 삶의 초대’에 인도된다. 양육을 마치면 손 목사 집을 방문해 식탁 교제를 하면서 교회의 철학 등을 공유한다. 이후에도 손 목사가 양육하는 ‘풍성한 삶의 첫걸음’ ‘풍성한 삶의 기초’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청년들은 소그룹공동체 ‘숲교회’에서도 영적 공급을 받는다. 숲교회를 인도하는 ‘숲지기’는 주중에 팀원들과 모여 말씀과 삶을 나눈다. 숲교회 참석에도 강제성이 없으나 참여 자격은 있다. 새신자 양육과 ‘풍성한 삶의 첫걸음’ 양육 등을 수료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3개의 숲교회에 22명이 참여하고 있다. 대화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 모임에 최대 8명을 넘기지 않도록 구성했다.

숲교회에서는 주일 본문을 바탕으로 묵상한 내용을 나눈다. 청년들은 말씀을 기반으로 깊은 나눔과 교제가 이뤄지는 숲교회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숲지기로 섬기는 고민영(33)씨는 “저희 집에서 숲교회 모임을 하는데 팀원들이 한 주간 겪은 삶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다. 매주 모이니 이야기의 연속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지석(32)씨도 “숲교회에서 깊은 얘기를 하다 보면 성도들끼리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쌓인다”고 했다.

투명한 회계 보고, 허물없는 소통

손 목사는 평소 사역을 진행할 때 사역의 필요성과 과정을 설명한다. 재정도 마찬가지다.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매월 결산 및 지출 내역을 상세히 보고한다.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뿐 아니라 헌금을 의미 있게 사용하기 위해 애쓴다. 복음의 공공성을 구현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개척한 직후부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나눔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행보가 교회에 대한 청년들의 신뢰도를 높였다.

2021년부터 출석하는 김지석(32)씨는 “이 교회에 가장 끌린 것은 바로 재정의 투명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년들과의 소통도 활발하다. 단계를 거치지 않고 목회자와 허물없이 소통하는 개척교회의 최대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손 목사는 동네 형처럼 청년들에게 다가간다. 휴식차 놀러 간 캠핑에, 격려가 필요한 청년들을 초대해 함께 힐링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손 목사는 “청년들이 ‘불멍’(장작불을 멍하니 본다)하면서 이야기를 하니 너무 좋다고 하더라.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캠핑에 초대하면서 이들과 소통한다”고 했다.

용리브가(39)씨는 “많은 성도가 목회자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목회자의 상담을 받고 싶어한다”며 “대형교회에서는 그런 부분이 힘든데 이곳에선 목사님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교회 이름처럼 하나님과 사람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이음’을 경험하며 치열한 도시 생활 가운데 ‘쉼’을 누리고 있다. MZ세대에 다가가는 이 교회의 노하우는 다른 교회에서도 적용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아니었다.

교회는 MZ세대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손 목사는 “교회는 청년들을 위해 기다려주고 모든 선택권을 그들에게 주면 된다”면서 “또 청년들을 기다리기만 할 뿐 아니라 ‘내가 너한테 관심이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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