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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좌담회 22년 9월 14일자 기사

최근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 코디연구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한국교회 성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교회 인식 조사’ 결과는 청년 성도들을 향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국민일보는 크리스천 청년과 MZ세대 사역 현장에 몸담고 있는 목회자를 초대해 조사 내용의 이면과 교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 등을 들어봤다. 좌담회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 참석자 >
이지혜(22·서울나눔교회)
이미지(30·서울 시광교회)
정평진 목사(34·브리지임팩트 사역원 대표)
손성찬 목사(40·서울 이음숲교회)

-이번 조사에서 이른바 ‘헌신 페이’에 대한 청·장년 성도의 인식 차가 드러났다.

△이지혜=규모가 작은 교회에 출석하면서 교회 어른들과 부모님의 제안으로 반주로 봉사한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나의 달란트로 예배를 더 풍성하게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성가대 연습이나 교회 모임, 행사가 잦아지면서 또래 친구들과의 모임에 빠지게 되는 스트레스가 커졌다. 주일 오후 개인적인 약속을 잡는 것을 두고 부모님과의 갈등도 생겼다. 말로만 듣던 ‘반주 노예’란 말이 새삼 이해가 갔다.

△이미지=촬영, 지휘 등 전문 영역 봉사자는 교회로부터 어느 정도 사례를 받는 경우가 있어 덜할 수 있지만 다른 봉사자들은 ‘헌신 페이’가 아니라 ‘페이 없는 헌신’이라고 느끼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수고와 헌신에 대한 인정과 공감이 절실하다.

△정평진 목사=중고등부 사역 현장은 현재 20대 교사 층이 얇아지고 30~40대 교사층이 두터워지는 추세다. 중고등부엔 대학청년부 선배들을 신앙의 롤 모델로 삼는 성도들이 많다. 그들이 대학청년부가 됐는데 자기 롤 모델들이 탈진해 교회를 떠나는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 청년 나이가 됐다고 사역자로 바로 세우기 전에 한 사람의 건강한 신앙인으로 키우고 사명감과 동역의 의미를 제시하며 훈련하는 게 먼저다.

△손성찬 목사=봉사 자체가 아니라 왜 이 지금 자리에 있는지에 대한 의미를 분명히 하는 게 우선이다. 이 첫 단추가 꿰지지 않은 상황에서 헌신이 지속하면 결국 ‘신앙적 번아웃’이 오고 만다. 교역자들도 탈진의 징후를 보이는 청년에게 “멈추고 쉬라”고 권면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봉사하던 청년 몇 사람이 쉬었을 때 사역에 큰 문제가 생긴다면 그 교회의 건강성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가나안 성도’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미지=또래 친구 3명으로 구성된 단체카톡방이 있다. 방 이름이 ‘여호와께 돌아오라’다. 같이 신앙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공동체를 떠나 있는 가나안 청년 성도 2명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공동체를 떠나 혼자 열심히 묵상하며 신앙생활 하는 것만으론 완전할 수 없다고 얘기해주곤 한다.

△손 목사=가나안 성도를 만나보면 교회 때문에 신앙을 잃게 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 “당신이 경험한 게 교회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꼭 얘기해 줘야 한다. 가나안 성도들을 대할 때도 ‘신앙의 깊이’ 문제인지, ‘교회 내 관계에서 온 상처’ 때문인지 잘 구분해 접근해야 회복의 물꼬를 틀 수 있다.

-MZ세대 특징 중 하나가 ‘워라밸’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과 신앙의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워라밸’ 만큼 높지 않아 보인다.

△정 목사=다음세대와 MZ세대 성도들의 교회 출석률이 가장 낮을 때가 언제일까. 입시와 취업 준비 시기다. 삶에 역경이 다가올 때 이를 어떻게 신앙적으로 받아들이는지가 기독교 세계관을 다져가는 과정이다. 축구 한·일전을 본다고 해보자. 실시간 중계를 볼 때와 경기 결과를 알고 ‘다시 보기’로 볼 때의 반응은 완전히 다르다. 실시간으로 볼 땐 우리 팀의 실점, 퇴장 위기 때마다 흥분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팀이 승리했다는 결말을 알고 경기를 보면 ‘여기서 한 골 먹힐 뻔했네’ ‘억울하게 퇴장을 당하고도 이겼다니 대단하네’라고 생각하며 관람한다. 삶의 모든 과정을 하나님 나라를 향하는 필요한 여정이라는 생각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손 목사=과거엔 자아 정체감을 확립하고 진로를 결정하고 가족을 구성하는 일이 20대에 다 마무리됐지만, 지금은 40대까지 이어진다. 가장 많은 업무량을 부여받는 30대에 잦은 이직도 일상화돼 있다. 안정보다는 불안정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교회 봉사에 헌신하지 않았다고 “세상과 타협했다”며 비난한다면 이 성도는 설 곳이 없다. 20~30대 성도를 위한 지지와 기다림, 좋은 롤 모델의 공유가 모여 건강한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어떤 노력을 해나가면 좋을까.

△이지혜=이런 자리가 마련되고 청년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청년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증거 아닐까. 기성세대의 변화만을 요구하기보단 많은 이들이 청년세대에 시선을 두고 끊임없이 공감을 시도한다는 걸 청년들이 깨닫는 것도 소통을 준비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미지=조금 더디더라도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바른 방향으로 걸어갈 힘이 공동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가짐을 모든 세대가 공유할 수 있도록 서로 기다려주고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해본다.

△손 목사=청년들에게 관심이 많다면 그들을 오라고 하기보다 그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그게 교회가 지향해야 할 사랑이다. 그 사랑이 공동체에 담겨 있다면 소통은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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