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기독교인은 하나같이 뒤틀려 있다. 최근 방영된 ‘지옥’ 역시 마찬가지다.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기독교인의 모습은 대개 부정적이다. 세상이 기독교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들도 다르지 않다. ‘기독교는 이중적이다’ ‘비합리적이다’ 등이 사회의 일반적 외침이 됐다.
이런 시선에 기독교인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이음숲교회를 찾아 손성찬 목사에게 답을 구했다. 손 목사는 “누군가 제게 ‘기독교인은 왜 이래요’라고 묻는다면 전 아마도 그분께 ‘정확하게 보셨고, 합리적인 비판이 맞습니다’라고 얘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독교를 변호할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변이었다. 손 목사는 “(그 사람은) 기독교에 대해 화가 나 있는 상태이지 않나. ‘우린 그렇지 않다’며 싸울 필요가 전혀 없다. 변명할 게 아니라 죄송한 게 맞다”고 했다.
손 목사는 “언어에는 말과 행동 두 가지가 있다. 사랑한다면서 때린다면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이라 생각하듯 우리는 둘 중 행동의 언어를 더 믿는데, 이게 메시지와 메신저의 문제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메시지가 복음이라면 메신저는 이를 전달하는 사람이 된다. 메신저의 부정적 행동을 통해 메시지 자체도 거짓이 돼 버릴 수 있다”고 전했다.
손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에 결여된 것은 ‘솔직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에 대한 이런 시선들이 확대 재생산되는 이유는 이미 깔린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자꾸 아닌 척하는데 이 역시 교회의 책임임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손 목사는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이까지 같이 버리진 말 것”이라는 서양 격언을 인용하며 “기독교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주관적이라는 걸 깨닫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 목사는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맞대응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그 사람 개인적 맥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목사는 “우선 그 사람의 상황에 공감해야지 않겠냐”며 “이 말을 왜 했을까, 이 질문을 왜 했을까 고민하고 같이 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답을 주는 건 충분조건일 뿐 필요조건은 관심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한번 앉은 자리에 계속 앉는 경향이 있다.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의자를 옮기는 때가 있는데, 의자가 망가졌거나 불편해졌을 때”라며 “기독교 신앙 역시 마찬가지다. 자기 삶의 어떤 부분이 고장 났다 느낄 때 주를 찾게 되는데, 그때 기독교인으로서 손을 잡아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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